철학이라고까지하기엔 너무 거창하지만 아무튼 '사진을 찍는다'는 것에 대해서 몇마디 끄적거려보고자한다.

사실 나는 사진찍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이 3차원 세상을 2차원으로 다운시키려는 시도를 하는건지, 이 위대한 자연을 어찌 감히 그 조그마한 평면에 담아놓고는 또 나중에 그 평면으로부터 시각 하나만을 이용하여 입체공간에서 오감으로 느꼈던 때로 다시 돌아가고자하는 욕심을 가지는지, 인물의 경우에는 만남의 기쁨과 함께함의 기쁜 마음을 교감하기에 바쁘지 않고 사진 찍고 가기에만 바쁜 그런 경우가 많아보여서 참 싫었다. (물론 함께한 뭔가가 있은 후에야 그것을 추억하기 위한 행복의 저장소로서의 매개가 되는 사진은 좋지만...)

사진이란 범죄현장 기록이나, 책에 삽입될 학습용 등등의 용도로만 쓰여야지, 나같은 일반인이 풍경찍고, 인물찍고 할 필요는 못느꼈던 것이다. 그나마 조금 찍은 사진들마저 절대 포토샵이라든지 그런 보정을 절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사진이 기록적 수단에서 벗어난지 오래이다. 카메라와 사진술의 끝없는 발달은 같은 피사체라도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가지각색으로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러다보니 인물사진의 경우에도 역시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그리고 특히 어느 시점에(!) 찍느냐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고, 사진을 찍고 찍히는 일 자체가 하나의 놀이이자, 인간에게 유희를 제공하는 또 하나의...그런 것이 된 것이다. 찍는 것이란 나중에 나올 사진을 위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찍는 일 그 자체가 중요하게 된 것이다. 또 예전에는 사진을 볼 때 사진 속의 대상을 봤지만, 요즘은 찍는 사람을 보게된 시대이다. 찍는 사람은 전혀 상관없었고, 찍히는 사람의 표정을 굳게 또는 가식하게 만들던 카메라였는데, 이제는 찍는 대상은 그냥 자연스럽게 있는 것이고, 그 똑같은 대상을 놓고 어떻게 표현했는가를 보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따라 나의 생각도 이렇게 변하게 되었고, 내가 찍은 사진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 역시 의미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내가 찍은 사진을 통해 '나는 이렇게 표현한다'를 보여줌으로써 사진을 또 하나의 자가표현수단으로 삼아보겠다는 말이다. 비록 지금은 '사진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테크닉 익히는거야 뭐 한 인간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고를 통해 철학을 바꾸었는데 감히 그 변화를 가로막을쏘냐? 바뀐 철학에 따라 쉬운 것부터 사진술도 하나하나 익혀가다보면 사진이란 것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그런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Posted by Johnny_C
: